문병옥이 살아온 이야기 8. - 한명숙과의 만남, 그리고 시장 출마
- Posted at 2010/04/12 17:25
- Filed under [문병옥이야기]/문병옥이 살아 온 이야기
사실 그 분을 잘 알지 못했다. 어쩌면 지금도 잘 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근 2년 동안 한명숙 전 총리님을 옆에서 지켜 봐왔지만 아직도 온전히 그 분을 알 수 없었다. 그 분은 나의 상상보다 훨씬 더 깊고 넓은 뿌리를 가진 거목이기 때문이었다.
처음 그 분을 만나게 된 것은 2008년 18대 총선 때였다. 한명숙 총리가 나를 찾았다. 18대 총선을 준비하던 당시 나에게 도움을 요청해 온 것이다. 평소부터 존경해 오던 터라 단 1분도 고민하지 않고 흔쾌히 도와드리기로 결정했다. 나는 한명숙 총선 캠프의 선대본부장 맡아 선거를 지휘했다. 하지만 너무도 낮은 투표율로 인해 패배하고 말았다.
최상의 후보를 앞세우고도 선거에 패배한 것은 모두 내 탓이었다. 모든 언론과 자체 조사에서까지 거의 10%에 가깝게 승리를 예상했지만 낮은 투표율에 결국 발목이 잡혔다. 야당의 지지자는 기권했고 여당의 지지자는 투표장으로 몰려들었다. 선거에서는 승리했지만 투표에서 지고 만 것이다.
결코 그 패배의 저녁을 잊지 못한다. 내가 살아 온 삶의 기억 중 가장 부끄럽고 죄스러운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히려 그 분은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울먹이는 캠프 식구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고 등을 토닥여 주었다. 그리고 그 처절한 패배의 순간에서도 단 한마디의 원망도 성냄도 없이 모든 것을 당신의 탓으로만 돌렸다. 비마저 추적이던 그 밤, 댁으로 돌아가시던 그 좁은 어깨 사이로 저는 산처럼 커다란 거인의 모습을 보았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한명숙 총리님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일산동구 지역위원장이 되었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한명숙 총리님을 모시는 자발적 참모가 되었다.
고양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며 내 인생을 뒤돌아보니 결코 쉽지 않은 삶을 살아온 것 같다.
하지만 삶의 고비고비마다 스스로 옳다고 믿는 쪽을 선택해 왔다. 그리고 내가 옳다고 믿는 쪽은 거의 대부분 현실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길이었다. 난 지금 다시 어렵고 힘든 길을 선택했다.
기실 이 어려운 길을 걷고 싶지 않았다. 내가 아니라도 나를 대신할 사람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쩌면 비겁한 회피였을지도 모른다. 주위 나를 믿고 지켜봐주는 듬직한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지금의 자리까지 함께 해준 소중한 선후배님들 난 이들에게 갚을 수 없는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이들은 내가 힘들 때 나를 토닥여 주고 때로는 냉정하게 꾸짖어주었다. 이 분들이 함께 해오지 않았다면 난 결코 이 힘든 싸움을 시작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순 없다. 때로는 내가 하기 싫은 일도 해야 한다. 그것은 역사의 부름이며 그 앞에 순응해야할 의무가 나에겐 있다. 나는 많은 약속을 할 수가 없다. 단지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동원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소박하지만, 작지만, 우리가 지킬 수 있는 일부터 차근차근 시작할 것이다. 이름 얻기 보다는 마음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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